앤디 워홀(Andy Warhol)로 대표되는 팝아트(Pop Art)는 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인 전복을 시도했다.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예술 작품이 가지는 유일무이한 진품의 가치를 '아우라(Aura)'라고 불렀다. 루브르 박물관에 단 한 점 존재하는 '모나리자' 앞에서 사람들이 경외감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 아우라 때문이다. 그러나 워홀은 마릴린 먼로나 캠벨 수프 캔과 같은 대중 소비재의 이미지를 '실크스크린'이라는 공업적 판화 기법을 통해 무한 복제해 냈다. 그는 심지어 자신의 작업실을 '팩토리(공장)'라 부르며 스스로를 예술가가 아닌 기계라고 선언했다.
워홀의 도발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라 고급 예술과 대중문화, 원본과 복제품 사이의 위계질서를 무너뜨린 철학적 선언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미술품 역시 대량 생산된 상품과 다를 바 없음을 냉소적으로 폭로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아우라를 파괴하려 했던 워홀의 복제품들은 오늘날 경매장에서 수천억 원에 거래되며 현대의 새로운 '자본적 아우라'를 획득했다. 이는 자본주의 시스템이 체제 전복적인 예술마저도 결국 상품화하여 흡수해 버리는 무서운 포섭력을 지녔음을 증명하는 블랙 코미디라 할 수 있다.